My Poems
빛 바랜 사진
내게는
빛 바랜 사진 한 점 있지.
아버지가
아버지의 아버지께
물려 받으신 사진 한 점.
고인 되신
아버님 유품 속에서
반짝
햇빛에 뒤척이며 내게 돌아 온
증조부 사진.
하얀 도포
까만 실끈으로 질끈
허리춤을 동여 매신 증조부.
머리에는 멋진 자부심
갓
외람되게도 어린 아이의 얼굴
왜소하지만
더할 것 없이 당당한 증조 할아버지는
옛날 집 대청 마루에
꼿꼿히
앉아 계셨다.
내게는 빛 바랜
그러나 빛나는 사진 한 점 있지.
비와 꽃
어제도 오늘도
무심하게
비가 내리고
꽃은
애꿎게 꽃잎을 떨군다.
어쩔거나
때가 되어서
꽃잎은 떨어지지만
아, 어쩔거나
선잠 깬 아이의
공연한 투정처럼
비는 내리고
그 바람에 꽃은
가슴 저민 추억을 떨군다.

